스님이 문상을 갔다 40년 염지기를 만났다. 늙수구레한 염사가 시신을 곱게 단장하고 마지막 체취를 정리하고 관을 덮는다.
“원래 그렇게 정성을 들이나?”
“살아있는 사람은 남녀구분이 있으나 죽은 시신은 남녀노소 지위고하 구별이 없죠. 이 짓 오래하니 시신과 대화를 합니다. 청정한 시신은 대강해도 걸림이 없는데 남에게 못된 짓 한 사람, 억울하게, 일찍 죽은 시신들은 시신 언저리에 그 사람의 삶의 때와 흔적이 남아있죠”
신흥사 조실 무산스님이 2월 5일 신흥사에서 봉행된 동안거 해제 법회 법문을 통해 소개한 일화다. 법회에는 신흥사 향성선원과 백담사 무금선원, 기본선원에서 정진한 스님 70여명이 참석했다.
스님의 법문이 이어진다. 스님은 “염장이 얘기에 팔만대장경, 제행무상, 생로병사, 화엄경, 법화경, 선 조사 어록이 다 들어 있다”며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죽은 골동품. 무수한 중생들이 장경바다에 빠져죽어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경전에 말과 글이 있을 뿐 그것이 진리인가? 만날 부처님에 대해 논하지만 그것이 어떻다는 건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스님은 “백담사 무금선원에 손바닥 만한 방에 하루 한 끼 구멍으로 밥 받아먹고 3개월 사는 것. 40~50명이 둘이서 하루 생활하기도 힘든데 3개월 동안 함께하는 것은 명예 권력을 위한 것이 아니다. 참된 삶을 궁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스님은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친견하기 위해 북으로부터 남으로 1백 1십 생을 밟았듯이 오늘 법회가 끝나면 해방이 아니라 고행이다. 선지식을 찾아 3개월간 내 공부가 바른지 점검 받아야한다”며 “선지식이 어디 있는가? 나도 젊었을 때는 선지식이 명찰대산, 천년고찰 등에 있는 줄 알았다. 고담 속에 있는 줄 알았다. 나는 대학도 나오지 않았고 운전도 할 줄 모른다. 하지만 무진장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60세가 돼 삶의 스승, 인생의 스승이 내 곁에 있는 공양주, 방 불때주고 청소해 주는 부목, 어촌 주막 주모, 어부, 대장장이, 시장바닥의 노점상, 염장이, 노숙자 들인 것을 알았다. 내가 만나는 사람마다 내 스승이고 선지식이고, 그들이 경전이고, 팔만대장경이다”라며 무명을 타파하고 혜안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한편 조계종은 이번 동안거에 전국 99개 선원(총림 5곳, 비구선원 58곳, 비구니선원 36곳)에서 총 2,382명의 대중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은 동안거 해제에 맞춰 발표된 법어를 통해 “동안거 90일 동안 열심히 제대로 정진한 납자는 해제 후 만행길에서 분반좌에 조금도 망설임없는 선지식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만약 분반좌가 없었다면 공부가 모자람을 스스로 알아차리고 더욱 용맹심을 내어 정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