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파의 천지도 물론 좋지만, 자유롭게 동파를 넘나들며 백두산을 조망하는 날이 하루속히 오길 바랍니다.”(김미정)
“한반도가 백두산과 같이 아름다운 산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자랑스럽고, 감격스럽습니다.”(강동호)
“맑은 백두산 천지를 보니 평화 통일이 곧 올 것이라는 희망이 절로 생기네요.”(박재붕)
“눈앞에 펼쳐진 북한 땅을 바라보니 분단의 아픔이 절실히 다가옵니다. 한반도에 평화가 가득한 그날이 더욱 기다려집니다.”(안찬우)
“천지는 볼 때마다 감명 깊습니다. 좋은 기 받아 남북 화합 위한 민추본 활동에 더 매진하겠습니다.”(김형엽)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잊고 살아온 분단의 역사가 나, 우리의 역사임을 깊이 깨닫게 됐
습니다.”(박은정)
백두산은 한민족의 발상지이자 우리 민족의 영산(靈山)이로, 오랜 세월 민족의 자부심을 상징해왔다. 그러나 지금, 이 산은 남과 북을 갈라놓은 분단의 현실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모든 산은 이곳에서 시작되지만 백두산의 북쪽 기슭은 북한에, 남쪽 기슭은 중국에 속해 있어,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분단의 상처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태효 스님, 민추본)는 8월 31일 ‘8기 민족공동체 불교지도자과정 평화순례’ 마지막 일정으로 민족의 이야기를 품은 백두산 북파 일대를 찾아 평화통일과 한반도의 화합을 기원했다. 북파에서는 북한에서 오르는 동파(장군봉)의 장엄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날 일정에는 순례단과 더불어 조계종 사회부장 도심 스님과 황충기 사회부 차장이 함께했다.
순례단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백두산 산문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이른 시간임에도 이미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일정을 동행한 현지인가이드는 “이날 백두산을 찾은 관광객은 1만5000여 명”이라며 “1년 중 파랗고 맑은 천지를 볼 수 있는 건 고작 20일뿐인데,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라고 했다.
다시 몇 차례 버스를 갈아타고, 꼬불꼬불한 길을 오르자 해발 2750m를 자랑하는 백두산의 위엄이 눈앞에 펼쳐졌다. 백두산 정상 부근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맑은 하늘과 푸른 천지가 순례단을 맞았다. 천지를 둘러싼 산들은 거대한 병풍처럼 호수를 감쌌고, 청명한 햇빛이 그대로 투영된 천지는 마치 신비로운 보석처럼 빛났다. 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돼 한참이나 천지를 바라본 순례단은 저마다의 소망이 천지에 닿길 기도했다.
백두산을 5번 다녀온 윤성복 민족공동체 불교지도자과정 8기 회장은 “안개‧구름 없이 오늘처럼 청명한 천지를 본 것은 2번째다”며 “산은 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보고 싶은 모습만 보려고 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동파를 넘어다본 순례단은 자유롭게 오갈 수 없는 분단의 현실을 되돌아보고, 평화 통일에 대한 바람이 천지를 넘어 한반도 전역에 퍼지길 간절히 발원했다.
순례 동참자 김민경 씨는 “백두산 흔히 우상화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되곤 한다”며 “향후 통일을 이뤄내 백두산이 ‘평화‧화합’의 상징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차순 씨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남북의 객관적인 역사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사람이라도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 하면, 그 분위기는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람은 장백폭포로 이어졌다. 장백폭포는 천지의 물줄기가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장엄한 광경을 연출했다. 끝없이 흐르는 물줄기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경계마저 씻어낼 수 있을 것 같은 강열한 인상을 남겼다. 순례단은 다시 고속철을 타고 장춘역으로 이동해 3박 4일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민추본은 이번 순례가 남북 관계 개선에 한 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민추본 본부장 태효 스님은 “오랜 기간 소통과 교류의 단절로 남북 분단의 벽이 더욱 두꺼워져 가고 있다”며 “이번 순례가 남북 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씨앗이 돼, 평화통일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실내강좌와 더불어 현장을 직접 보고, 배우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활동의 필요성을 절감한다”며 “앞으로도 민추본은 한반도 평화 분위기 확산과 남북 평화 통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