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佛子)의 기준은 무엇일까. 불교에 호감을 갖고 사찰에 자주 가면 불자일까. 현대 들어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불자의 개념이 광범위해진 것은 사실이다. 불교에서는 삼보에 귀의하는 것(三歸依)과 다섯 가지 계(五戒)를 지키겠다고 맹세하는 것을 불자가 되는 첫 관문으로 본다.

불자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삼보에 귀의하는 ‘삼귀의계(三歸依戒)’를 받아야 한다. 삼보는 불교에서 보배롭게 여기는 세 가지 보물로, 수승한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佛寶), 부처님의 가르침(法寶), 부처님 법을 따라 전등의 역사를 이어온 승가(僧寶)를 가리킨다. 삼귀의를 해야 하는 이유로 다음의 몇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선생경>에서는 삼귀의를 해야 하는 까닭을 “모든 고통을 깨트리고 번뇌를 제거하고 열반을 얻기 위함”이라 했고, <출요경>에는 “삼보에 귀의하면 원을 이루지 못함이 없고 천인이 공양하는 바가 되며 스스로 깨달음을 얻어 영겁에 걸쳐 복을 받는다”고 했다. 이렇듯 삼귀의는 불자가 되는 첫 번째 조건으로, 모든 불교의식이 삼귀의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는 삼귀의계의 역사는 부처님 당시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부처님 당시에도 삼귀의를 통해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다. 부처님께서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직후, 처음 불법에 귀의한 재가자는 공양을 올린 두 명의 상인이었다. 이후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가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 출가하면서 승단이 구성되고, 삼보가 갖춰지게 됐다. 최초로 삼보에 귀의한 재가불자는 야사의 부모다. <율장> ‘대품’에 의하면, 최초로 삼보에 귀의한 사람은 고대 인도 베나레스 교외에 사는 장자였다. 그는 부처님의 6번째 제자로 출가한 야사의 친아버지로, 아들의 출가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가 부처님 가르침을 듣고 귀의를 맹세했다고 한다.

불자가 된다는 것은 출가자와 재가자를 막론하고 모두 삼보에 귀의한 뒤 오계(五戒)를 수지할 것을 다짐하는 것으로 출발한다. 오계(五戒)는 살생하지 말라(不殺生·불살생), 남의 물건을 훔치지 말라(不偸盜·불투도), 음행하지 말라(不邪淫·불사음), 거짓말하지 말라(不妄語·불망어), 술을 마시지 말라(不飮酒·불음주)를 말한다. 계(戒)는 불교를 믿는 사람이 자발적으로 지켜야 하는 도덕적 수행으로, 오계는 모든 나쁜 행위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다섯 가지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악을 범하지 않고 선을 실천함으로써 서로 존중하고 아끼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 오계의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오계에 대한 내용은 경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초기경전 <숫타니파타> ‘제자 담미카의 물음’에서 부처님께서는 재가자에게 지켜야 할 덕목으로, 오계에 해당하는 내용을 가장 먼저 설하셨다. 한역 경전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확인된다. 413년 한역된 <장아함경>권2 ‘유행경’에 재가자가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따르겠다고 서원하는 구절이 있다. 406년경 한역된 <중아함경> ‘욱가장자경’에서 “저는 오늘부터 진실로 육체와 수명이 다할 때까지 세존을 따르겠습니다. 범행을 으뜸으로 삼고 오계를 받아 지니겠습니다”라고 해 5세기 초 중국에서도 삼귀의오계를 수지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전통이 지금까지 내려와 불교 고유 의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오계는 현대로 오면서, 시대의 문화와 언어에 맞게 변화했다. 새싹 불자에게 맞는 ‘어린이 오계’를 만들거나, 2020년 군종특별교구가 오계를 대신해 ‘십선계’를 설한 게 대표적이다. 군 청년들에게 ‘불음주계’를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 수계를 통해 계율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해 현실적인 신행 생활로 자리 잡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2024 불교도 대법회’에서 완성될 예정이다. 총무원장 원장스님은 지난 7월24일 불교도대법회봉행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이번 불교도대법회가 전 국민을 위한 대법석의 자리임을 강조하고, 현대인에 맞게 해석한 오계를 설해 국민운동으로 전개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국민 오계’는 △모든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자 △남의 것을 탐하지 말고 나눔을 생활화 하자 △신의를 지키며 심신을 맑게 하자 △나와 남을 속이지 말자 △내 정신과 몸에 해로운 것들을 멀리하자 등 다섯 가지 덕목이다. 불교 오계의 의미를 기본바탕에 두지만, 차이가 있다. 우선 ‘하지 말라’는 부정적 어감을 줄였다. 반드시 금지만을 뜻하기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실천을 전제로 할 수 있도록 표현했다. 아울러 종교를 떠나 전 국민이 실천할 수 있도록 전통 오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예를 들면 ‘술을 마시지 말라(不飮酒·불음주)’는 기존 오계를 ‘심신을 맑게 하자’로 표현했다. 음주 문화가 보편적으로 형성된 현대 사회 흐름에 맞게, 술을 마시되 맑은 정신을 유지하자는 의미다. 또한 ‘내 정신과 몸에 해로운 것들을 멀리하자’ 계율을 설파, 향정신성 의약품을 먹지 말라는 뜻도 추가했다. 오계를 현실화함으로써 현대 사회의 병폐에 전 국민이 대응지침으로 삼자는 의도도 있다. 이러한 국민 오계를 대중화해 개개인과 사회가 맑아지고 건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범망경>에는 계를 지킨 사람에게 5가지 이익이 생긴다고 가르치고 있다. 첫째 모든 부처님이 그 사람을 보호하고, 둘째 목숨을 마칠 때 바른 마음이 일어나 기쁘게 임종하며, 셋째 태어나는 곳마다 좋은 사람들이 벗이 되어 주고, 넷째 공덕이 모여 하고자 하는 일이 잘 이뤄지며, 다섯째 후세 계행을 쉽게 지니고 복과 지혜가 충만하다고 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계는 우리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이고 “율은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절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전통과 거룩하고 장엄한 불교의식을 전 국민에 각인시켜 확고한 신뢰를 얻고, 한층 새롭고 젊어진 불교로 국민에게 다가가 국민 행복과 세계평화를 염원하는 불교도 대법회 수계법회. 마음 평화와 행복의 길은 국민오계 수지로도 가능하다. 이를 원한다면 모두가 수계식의 주인공이다.